2008년 8월 8일 금요일

바가지 요금...?

[기자수첩] '바가지 천국' 제주의 극약 처방
오재용·전국뉴스부 island1950@chosun.com

▲ 오재용·전국뉴스부"제주관광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

요즘 김태환(金泰煥) 제주도지사가 자주 쓰는 표현이다. 지난달 25일 김 지사는 해양수산국장을 전격 직위 해제했다. "해수욕장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바가지 요금 망령을 잡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이유도 밝혔다. 지난 2월부터 제주도가 직접 나서 추진하고 있는 '고비용 제주관광 거품빼기' 정책에 저항하는 세력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였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문제가 됐던 해수욕장 파라솔 임대 가격은 그 다음날 2만원에서 1만원으로 떨어졌다.

나흘 뒤에는 또 다른 승전보(勝戰譜)를 전하는 보도자료가 나왔다. 특급호텔 17곳 중 9곳이 생수 한 병당 최저 1000원에서 최고 3300원까지 받고 있었으나, 제주도가 이들 호텔 대표와 협의를 벌여 객실당 1~2병씩 무료 제공하도록 했다는 내용의 '항복 문서'였다. 이번에도 '음료수 판매 행위가 제주관광 고비용 해소 운동에 역행하고, 제주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 빠지지 않았다.

그 동안 제주 관광에는 '바가지 천국'같은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심지어 "제주관광은 한국 관광의 부조리를 모아놓은 축소판"이라는 비난까지 받아왔다. 제주관광 업계는 비난이 쏟아져도 '국내 관광 1번지'라는 배짱으로 버텼다. 하지만 무모한 배짱이 결국 관광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고, 이는 다시 지역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져 왔다. 결국 참다 못한 행정이 관광업계의 불합리한 행태 세세한 부분까지 까발리는 극약 처방을 내리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요즘 제주는 국제 유가 인상으로 해외 여행 발길이 국내로 돌아서는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고유가라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다가온 셈이다. 제주 관광업계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개혁에 나서야 제주를 국제적 관광지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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