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5일 화요일

헛기침 한번이면 될 것을 ...

조계사의 경찰 검문이 그렇게도 모독스러웠습니까?

이정희 조선일보 네티즌 younghwancho@naver.com

나의 태생적, 사상적 경도는 佛界임을 밝혀둡니다.

지관스님.
어린 전경이 검문을 한 일 때문에 세상이 좀 시끄럽습니다.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면 끝나는 일을,
그래도 내키지 않으면 헛기침 한번이면 끝날 일을!
허허 하고 웃으면 좋을 일을!

산문을 걸어 잠그고 도 닦는 일로 세상을 사신 분이나, 시정에서 밥 벌어 먹는 일로 세속의 도가 트인 사람이나, 개불알 같이 달랑거리는 욕망이나 명예에 매달리는 태도는 同格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노자께서 설파하셨지요.
도를 도라고 깨치는 그 순간에 그것은 본래의 도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저같은 시정의 무지랭이나 조계사 문턱을 승용차를 타고 넘나드는 높은 도의 경지에 오르신 스님이나 변함없이 깨우침의 과정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헛기침이나 웃음이 없으니 市井의 여기저기서 뱀의 혓바닥 들락거리 듯이 온갖 잡스런 말들과 고이한 행태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스님의 도는 이미 오래 전에 황금덩어리처럼 굳은 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불심의 파워가 무엇입니까?
다투지 않는 것이지요.
불사 이래 불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다툼은 없었지요!
탐닉에 빠진 불심이 결집하여 가해진 폭력이 없었습니다.
신앙의 판세가 바뀌면 대부분의 경우 불상은 목이 달아나고 코가 잘려 나가고 불당이 모래 속에 파묻히는 핍박을 받았지만, 이에 맞서 부처님의 깃발을 앞세우고 타종교를 핍박하거나 보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요!
불살생의 계율 밑에 다투지 않는 무한 자유의 영역이 바다처럼 넓게 퍼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스님께서 검문 당하는 불편을 헛기침 한번으로 넘기지 아니 하시고 나이 어린 전경과 날을 세우시니 당장 육신의 생명을 빼앗기지는 않지만, 시정에 파뭍혀 사는 자의 숙명인 사회적 생명을 빼앗길 사람이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스님을 멋도 모르고 검문했던(의도적이라고 생각하시면 그 또한 어떻습니까) 전경이 밤낮으로 괴롭게 되었습니다.
그 부모가 또 괴로운 마음에 스님을 원망하는 마음을 바짝 세우게 될 것입니다.
스님을 검문했다는 이유로 지휘체계 선상에 있는 애꿎은 경찰들과 그 가족들이 전전긍긍하게 생겼습니다.
나처럼 스님의 비아량이 안타까워 성내는 중생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스님의 이름을 걸고 여기저기서 마구잽이로 태클을 거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살생의 마음이 넘실거리고 있네요.
스님께서도 正觀하시면 보일 일입니다.

조계사 경내에 파고든 불법시위 주동자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아직 그곳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세속을 종교의 제단 밑에 꿇어 앉히려는 오만함으로 비쳐 마음이 불편합니다.
세속의 일은 세속에 그냥 맡기세요.
종교가 사회적 정의를 세우려는 그 순간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맞서야 한다는 그 순간에 권력화되며, 그 단계에서는 고요한 산사를 걸으며 잠시라도 불심으로 돌아갈려는 중생들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지요.
무엇인가에 맞설려는 마음, 불편한 누군가를 붙잡고 다툴려는 마음, 그것은 불심이 아니지요. 그 마음이 바로 지옥이지요!

스님의 인색한 헛기침 때문에 조계사가 하늘에 솟구친 제단이 되었습니다.
추앙하는 무리와 깃발을 앞세우는 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산문을 닫겠다고 위협하는 드셈이 산사에 가득하군요.

속스럽고 지저분합니다.
그냥 조용히 수습하기 바랍니다.
때로는 속에서 반쯤 도를 통한 사람의 눈도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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