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 제원호 서울대 교수/ 창조의 6일과 우주의 나이
성경의 시간표와 과학자의 시간표는 다르지 않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150억년 정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성경의 창조 6일과 성경에 나타난 모든 시간을 다 더해도 6,000년 정도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많은 기독교인들은 약간은 곤혹스러워하며 이러한 괴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있을 것이다. 무조건 믿으라고 하기에는 좀 설득력이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애써 외면할 수도 없는 주제일 것이다.
우선 결론적으로 먼저 이야기하면 현대물리학이론과 성경의 우주창조 6일에 관한 기사가 서로 모순이 없이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지금까지 인간의 자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편협해서 서로 모순이 되는 것처럼 보여왔던 것이 아닌가 한다.
신명기 32장 7절을 보면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비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이르리로다.” 이 구절을 영어로 보면 “Remember the days of old, consider the years of many generations”이라고 되어 있다. 인간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나님 자신을 계시하신 방법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days of old’ 즉, ‘6 days of Creation(창조의 6일)’이고, 다른 하나는 ‘years of many generations’ 즉, 창조 이후 많은 세대를 거치는 인간의 오랜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임재를 통해서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전자를 통해서 하나님을 알게 되든가, 아니면 그게 믿기 어렵거든 성경에 나타난 역사(특히 아브라함이라는 한 사람을 택해서 그를 통해 하나님을 예배하는 하나의 백성으로 만들어 가시는 구약의 역사) 즉, 후자를 통해서라도 하나님을 알게 될 수 있다고 하신 것이다.
창세기 1장 1절은 ‘태초에’라는 말씀으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영어로 ‘In the beginning’으로 되어있다. 이 구절이 과연 무엇의 시작에 대해 언급한 것이냐에 대한 질문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In the beginning of time’을 말씀하는 것이다. 즉 하나님께서는 하늘과 땅을 만드시기 전에 가정 먼저 시간을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 날부터 공간을 만드시고 그 후에 계속해서 공허와 혼돈과 흑암에 쌓인 이 공간을 채워가신 것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대부분 우주는 Big Bang이라는 우주대폭발로 시작되었고 그때에 있었던 엄청난 에너지가 빛과 물질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이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주대폭발로 인해서 시간이 시작(창조)되었고 이때부터 비로소 우주의 시계는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땅에서 육신을 입고 사는 인간에게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하나님의 엄청난 축복이고 선물이다.
시간이란 변하는 어떤 것을 기술할 때 사용하는 물리량인데 시간이 인간에게 주어졌다는 것은 인간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이 땅을 사는 인간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변화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축복은 천사에게도 주어지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지음을 입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축복이다.
만일 하나님께서 인간을 영원부터 영원까지 변하지 않는, 따라서 시간의 개념이 필요하지 않는, 하늘나라에 속한 영체(靈體)로만 지으셨다면 인간은 결코 회개하여 변화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반면 영이신 하나님께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필요하지 않은데, 왜냐하면 하늘나라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초월적인 곳이고 하나님은 스스로 계신, 즉 영원토록 자존(自存)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태초에 시간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이해해야 할 중요한 과학적 사실은 이 시간이라는 물리량에는 ‘상대성’의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원리’에 의하면 시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고 항상 ‘상대적’이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잠깐 시간의 상대성을 이해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 특수상대성원리에 따르면 움직이는 관찰자의 시계가 정지해 있는 관찰자의 시계보다 더 천천히 간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가 있는데, 예를 들어 정지해 있는 기차 속에서 어떤 사람이 매일 정기적으로 고향집으로 편지를 한 장씩 보낸다고 가정해 보겠다. 그러면 얼마 후에 집에 있는 가족은 정확히 하루에 한 번씩 편지를 받아보게 된다.(물론 기차와 집 사이에서 우체부가 매일 열심히 전달해주어야 하겠지만.) 그러나 만일 이제 이 기차가 매우 빠르게 달리고 있는 가운데 기차 속에 있는 사람이 여전히 자기의 시계로 볼 때 정확히 하루에 한 장씩 편지를 계속 집으로 보낸다고 하자. 이 경우 집에 있는 사람은 편지를 받아보는 시간간격이 이제는 하루가 아니라 이보다 훨씬 길어지게 된다. 즉, 하루에 한 번씩 받아보던 편지를 이제는 며칠 아니 몇 달에 한 번씩 받아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기차의 속력에 따라 이 시간간격이 달라지는데 기차가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그 시간간격이 길어지게 된다). 왜냐하면 어제 편지를 쓰고 오늘 다시 편지를 부치는 사이에 기차는 그만큼 집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으니 배달부가 집으로 편지를 부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리는 기차 속에서 느끼는 시간보다 정지해 있는 집에서 느끼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게 된다. 같은 사건(즉, 편지를 규칙적으로 보내고 받는 일)이라도 움직이는 기차 속에의 관찰자와 땅에 정지해 있는 관찰자 사이에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시간이 가지는 상대성의 특징이다.
우주대폭발 직후의 우주의 온도는 현재의 우주의 온도(섭씨영하 -270도임. 주: 우주에다 온도계를 갖다 놓으면 섭씨 -270도의 온도를 재게 되는데 이것이 현재 우주의 온도임)보다 매우 높았고 (약 1조 배 정도 높았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임), 따라서 그 당시 우주의 팽창속도는 거의 빛의 속도만큼 매우 빨랐던 것이다.
우주대폭발로 인해 우주가 매우 빠른 속도로 확장되던 우주생성 초기의 시간과 상대적으로 우주팽창이 거의 멈춰진 상태인 오늘날의 시간사이에 연결고리를 정해주는 것, 즉 ‘우주시계’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존재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예에서 편지를 정기적으로 보내는 일련의 사건과 같은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
우주에는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라는 것이 있는데 (주: 이것의 우연한 발견으로 1978년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되었음), 이것이 바로 우주창조 때의 과거와 오늘날 현재의 시간을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주창조의 비밀에 관해 우주에 남겨놓으신 흔적, 즉 발자취(footprint)라고 할 수 있다. 이 배경복사 전자기파의 주파수는 마이크로파장 정도가 되는데 그래서 이것을 microwave background라고도 부른다 (주: microwave oven이나 무선전화기에 사용되고 있는 전자기파의 주파수와 비슷함).
그런데 이미 언급한대로 우주대폭발 직후의 우주의 온도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온도보다 1조 배 정도 높았다. 이것은 우주대폭발 당시의 우주배경복사의 주파수가 지금의 주파수보다 1조 배 정도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주창조 초기 당시의 우주시계의 한 주기(즉, 우주배경복사의 한 주기: 앞의 예에서는 편지를 한 장씩 보내는 사건의 주기로 생각할 수 있음)는 오늘날 우주시계의 한 주기보다 1조 배 짧았다. 즉, 그 때의 우주시계는 지금보다 1조 배나 빠르게 ‘똑딱’거리고 있었던 셈이다. 다시 말하면 우주창조 당시의 시간 1초는 오늘날 시간으로 환산하면 1조(1,000,000,000,000)초 즉, 약 3만 년 정도가 된다.
이러한 결과를 사용하면 하나님의 우주창조 첫째 날의 하루(즉, 하루 24시간 = 24X60X60초)는 오 늘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시계(또는 지금으로부터 약 3,500년 전 경 모세가 신명기를 썼을 당시의 시계)로 환산하면 약 80억년이 되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위 우주의 나이 150억 년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시계로 얻는 값이다).
다시 말하면 성경의 창조 첫째 날 하루 24시간의 기간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계의 관점에서 시간을 현재로부터 역으로 소급하여 바라보았을 때 약 80억년이 기간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창조 둘째 날의 하루 24시간은 오늘날의 시계로 몇 년 정도 될까? 여전히 80억년이 될까? 사실은 이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우주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우주의 온도가 현격히 낮아지게 되는데(주: 기체가 팽창하면 기체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과 동일한 원리임) 결과적으로 우주의 팽창속도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창조 둘째 날의 우주배경복사의 주파수는 창조 첫날보다 훨씬 작아지게 된다. 이것을 기체의 팽창에 의한 냉각을 설명하는 간단한 공식을 사용하여 계산해보면 창조 둘째 날의 하루 24시간은 약 40억년의 기간에 해당한다.
이러한 계산을 계속하면 창조 셋째 날의 하루 24시간은 오늘날 시간으로 봤을 때 약 20억년이 걸린 셈이고, 넷째 날 하루는 약 10억년, 다섯째 날 24시간은 약 5억년, 여섯째 날은 약 2.5억년 걸린 것이 된다.
이러한 결과를 오늘날 혹은 모세 당시의 관점에서(주: 모세의 때나 지금이나 우주는 이미 식을대로 식어버린 상태이므로 두 시계 사이에는 전혀 차이가 없음) 역산해 보면 다섯째 날은 지금부터 7억5,000만년 전부터 시작하여 2억5,000만 년에 끝난 것이 된다. 참고로 약 5억년 동안의 이 기간은 지질·생물학자들은 ‘캄브리아기’라고 부르는 기간과 동일하고 모세가 성령의 감동으로 창세기 1장에 기술한대로 이 기간 동안에 많은 다세포 동물들이 이 지구상에 출현하게 된다. 그리고 여섯째 날은 지금부터 2억5,000만년 전에 시작하여 대략 6,000년 전에 끝난 것이다. (주: 이 기간에 육상동물과 포유류동물들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 물론 인간도 이 때 출현하게 된다. )
따라서 구약성경에 의하면 대략 6,000년 전 경부터 아담으로부터 시작되는 인류의 역사가 열리게 된다. 즉, 신명기에서 언급한 ‘years of generation’이 인류에게서 시작되었다. 특히 이러한 계산에 의하면 우주창조 첫날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약 157억 5,000만년 전에 시작된 것인데 이것은 오늘날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수치와 놀라울 만치 비슷하다.
하나님은 말씀의 능력으로 온 우주와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안에는 그 하나님의 창조의 모습이 분명히 나타나 있다. 우리는 비록 제한적이고 부분적이지만 하나님이 주신 지식으로 그분의 참으로 광대하고 오묘하신 역사를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의 모습에 계시된 일부분을 통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이렇게 우주가 창조된 모습을 통해서도 하나님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이 땅에 사는 동안에 계속되는 ‘years of generation’을 통해서도 역시 동일한 하나님을 알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보여주는 성경의 계시를 통해서 우리는 그분의 모습을 닮아가고 주님의 인격대로 이 땅에서 변화되어 가는 과정에 있게 된다.
비록 우리가 그동안 알고 이해하고 또 여기서 생각해본 내용들이 하나님의 모든 모습을 분명히 다 알 수 있게 하지는 없겠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창세 전의 상태인 무(無)에 비추어져 만들어진 우주와 이 땅에 나타난 그림자의 모습을 통해서 하나님을 조금씩이나마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기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이제는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고전13:12)
제원호 諸元鎬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
미 예일대 물리학 박사 / 近接場이용極限光기술연구단장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