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사청문회 안 거친 장관 얼굴 들 수 있을까 (조선일보)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임명했다. 이들 3명의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았다. 야당은 "청와대의 선전 포고"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제6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가 장관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20일 안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그 안에 국회가 인사청문 보고서 작성을 못하거나 안 하면 대통령은 최장 10일까지 기간을 정해 시간을 연장하게 돼 있다. 그래도 안 되면 대통령이 인사청문 없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겉만 보면 이번에 청와대는 법의 규정을 그대로 따랐다. 대통령은 7월 11일 장관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냈고, 20일째인 30일까지 청문회가 열리지 않자 다시 6일의 말미를 줬다. 그래도 국회는 원(院) 구성을 놓고 밀고 당기기만 계속하고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통령의 장관 임명은 법률에 어긋난 것이 아니다.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정해진 기간에 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냥 장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지금의 민주당이 집권당일 때 만들었다. 그런 민주당이니 법률적으론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정치 현실로 보면 '청문회도 거치지 않았다'는 꼬리표를 단 장관이 국회를 상대로 제대로 일을 하긴 어렵다. 국회와 국민 앞에서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받지 못한 장관의 권위도 허약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법 규정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청문회가 부담스러운 어떤 장관 한 사람을 보호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제 손으로 법을 만들어놓고 그걸 깔아뭉갠 국회, 그렇다고 그걸 빌미 삼아 인사 검증도 거치지 않은 '절반짜리' 장관을 만든 청와대, 대한민국 정치 주역들의 한심한 모습이다.
입력 : 2008.08.06 22:08 / 수정 : 2008.08.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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